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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지치고 울고싶을 때 내 자식에게 너무 미안한 당신에게

by 디지털파이어 2023. 5. 7.

문득 울고 싶고 현실이 너무 고단하고 외롭고 힘들 때 그리고 그 고단한 삶이 내 자식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아플 때 그런 부모에게 전하는 글

 

 

정말 울고 싶을 때

내가 혼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도 나를 사랑해 주는 부모와 형제 자식들이 있다. 하지만 가끔 너무 힘에 부치다는 생각이 들고 주저앉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면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만 남자는 누군가의 기둥이어야지 짐이 돼 선 안된다는 내 속의 외침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아버지라는 이유로 남편이라는 이유로 아들이라는 이유로 다시 일어나고 나아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삶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워 버거울 때가 있다. 온몸의 에너지를 다 태워서 불사르고 나면 차갑게 식어가는 내 육신처럼 마음의 열정도 식어간다. '울지 말아야지 울지 말아야지' 다짐을 해보지만 어느 순간 세상의 중심에서 홀로 된 기분이 든다.

 

중년의 남자가 느끼는 이 외로움과 고독함은 결국 가슴을 타고 눈으로 진하고 뜨겁게 눈물이 되어 흘러내린다. 단순한 외로움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자식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준비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는 내 삶이 자식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이의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믿음직한 아빠의 모습이겠지만 나라는 아빠는 너무나 부족했고 아직도 세상에서 자리잡지 못했다. 최소한 아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능력조차 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아내는 나에게 아이는 어떻게든 커 나갈 거고 그동안 노력하면 좋아질 거라고 위로하지만 아빠로서의 내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그렇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미안함은 남자라도 눈물이 나게 한다.

 

 

금수저와 흙수저

지금 우리 시대는 아빠와 엄마의 삶이 아이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시대이다. 그래서 금수저 흙수저 얘기가 나오나보다.

그렇게 흙수저를 물려주게 되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무거울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 하나 흙을 퍼먹는다면 얼마든지 먹고살 수 있다. 그냥 눈물 흘리며 우걱우걱 삼키면 그만인 일이다. 하지만 그 수저를 자식이 받아서 흙을 먹고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단순한 문제가 아닌 일이 된다. 그 수저가 가지는 의미가 삶 전체가 바뀌는 영향력을 가진다면 흙수저를 전해주는 부모에게 죄책감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죄책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를 돌아보면 성공하기 위해 노력했고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 부모 원망을 해보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죄짓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에 안도하며 겨우 삶을 유지하는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왔었다. 그러나 자식이 생기니 완전히 달라졌다. 흙수저로 살아왔던 나는 어떤 수저인들 무슨 상관이 있겠냐 싶지만 내 자식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아파온다. 그 누구보다 그런 삶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까 흙수저가 힘든 삶이 될 거라는 것은 경험을 통해서 뼈에 새겨질 만큼 느껴왔으니까 말이다. 

 

어떤 경우에도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사라져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고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날 때부터 주어진 부모가 주는 수저는 날 때부터 미래를 정하고 불평등의 시작이 되어버린다.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또 한세대의 삶이 세상 속에서 치열하게 진행되게 된다. 

 

사회문제에 대해 논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금수저, 흙수저라는 수저타령이 자식을 둔 부모 마음에 비수를 꽂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굴레를 벗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누구도 인간의 삶을 정해 놓거나 미래를 다르게 주어지게 할 수는 없다. 자식의 삶을 결정하는 일은 부모가 하는 것도 아니다. 오롯이 한 생명의 주체자로서 아이가 커나가며 바꿔 갈 것이다. 하지만 부모라면 그런 아이의 눈에 반짝이는 희망과 꿈들을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있는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지금 내 처지를 비관하거나 눈물 흘린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것을 잘 알 것이다. 한세대에 걸쳐서 혹은 내가 죽기 전에 자식의 미래를 차별과 불평등에서 구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울고 있는 당신은 그 눈물의 의미를 기억하고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미안하다면 더욱 남은 인생은 자식을 위해 살아내길 바란다. 그리고 그 수저라는 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길 바라본다.

 

나 같은 부모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울고 싶으면 울어라 그리고 그 뜨거운 눈물들을 자라나는 새싹에 쏟아 새싹이 뿌리를 뻗고 줄기를 펼칠 수 있게 해라. 세상 모든 부모들을 응원한다. 힘내라.

 

눈물이 흘러 새싹 옆에 떨어지고 그 눈물로 자라나는 새싹
새싹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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